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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침엽수림이 갈변하고 참새와 제비가 도심에서 사라지는 현상은 단순한 자연 변동이 아닙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의 연구는 기후변화가 우리 숲과 도시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보여줍니다.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같은 상록침엽수가 겨울 건조와 온난화로 쇠퇴하는 동안, 낙엽활엽수가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미세먼지 전구물질 생성 가능성, 정서생물의 소멸, 그리고 식물-곤충-새-인간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의 단절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집니다.

 

 

 

식물은 곤충과 새와 대화

구상나무 쇠퇴와 고산 생태계 변화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식물생태학을 연구하는 박찬열 박사는 현재 고산지대에서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같은 상록침엽수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들 나무는 일 년 내내 잎을 매달고 있는 특성상 겨울철과 봄철의 건조한 환경에서 광합성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건조 현상이 심화되자 이들은 갈변 현상을 보이며 점차 쇠퇴하고 있습니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환경이 불리해져도 이동할 수 없습니다. 견디고 또 견디다가 어느 순간 갈변하며 죽어가는 것이 식물의 운명입니다. 박 박사는 이러한 변화가 오래전부터 나타났지만, 우리 눈에 확연히 보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반면 낙엽활엽수들은 잎을 떨구는 습성 덕분에 건조한 시기를 효율적으로 견디며, 온난화된 환경에서 오히려 확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천이 과정이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활엽수가 침엽수를 대체한다 해도 토양 구조, 수분 순환, 병해충 발생 패턴, 산불 위험도 등 생태계 전반의 조건이 함께 변화합니다. 탄소 저장 능력, 수원 함양 기능, 생물 다양성 유지 측면에서 새로운 숲이 기존 침엽수림만큼의 역할을 할지는 장기 모니터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단순히 '기회'라는 긍정적 표현보다는 '새로운 균형 모색'이라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또한 고산 생태계는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핵심 피난처입니다. 구상나무 같은 고유종이 사라진다면 그와 연결된 곤충, 조류, 포유류 등 전체 먹이그물이 흔들립니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나무 종 구성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십만 년간 진화해 온 생태적 관계망 자체를 해체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구상나무 쇠퇴는 생태학적 경보이며, 우리가 산림 관리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도시 정서생물의 소멸과 미세먼지 논쟁

박 박사는 도시 숲과 미세먼지의 관계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합니다. 나무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BVOC), 즉 피톤치드로 알려진 이소프렌이나 모노테르펜 같은 물질이 이산화질소(NOx)나 이산화황(SOx) 같은 대기오염물질과 만나면 2차 미세먼지의 전구물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대기화학 분야에서 이미 많이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기상 조건, 광화학 반응 정도, 대기 정체 여부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숲을 어떻게 조성하고 유지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런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박 박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많이 만들어내는 식물 목록을 파악하고, 이런 수종의 식재를 지양하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큰 숲을 조성하여 대기오염물질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 완충 능력을 갖추되, 대기 흐름을 고려하여 너무 빽빽하게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의 경우 과도한 도시 녹화로 오염물질이 정체되고 꽃가루 문제가 심각해진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를 답습하지 않고, 대기 흐름과 수종 선택을 고려한 새로운 관리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꽃가루 문제 역시 유럽에서는 이미 도시 수목 관리의 중요한 이슈입니다. 소나무의 송홧가루나 특정 활엽수의 꽃가루는 사람마다 감수성이 다르지만, 학교숲이나 공공 공간에서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수종을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한편 참새와 제비 같은 정서생물의 소멸은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박 박사는 참새가 농경시대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온 친구였지만, 도시화로 인해 둥지를 틀 차마(처마)가 사라지고 먹이원이 단절되면서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합니다. 제비 역시 흙으로 집을 짓는데, 논농사가 줄고 다세대주택이 재개발되면서 서식지를 잃었습니다. 서울 성수동, 용두동, 북촌한옥마을 등 일부 지역에만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사라짐은 단순한 종 감소가 아닙니다. 흥부전 같은 문화적 서사, 어린 시절 신발에 떨어진 제비 똥의 기억, 그리고 해충을 잡아주던 생태적 역할이 모두 함께 사라지는 것입니다. 박 박사는 이를 "정서생물(Wildlife in the memory)"로 표현하며, 이들의 보전이 생물다양성을 넘어 우리의 기억과 관계를 지키는 일임을 강조합니다. 참새와 제비가 없어지면서 해충이 늘고 농약 사용이 증가하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식물-생물 상호작용의 복원과 미래

박 박사는 생물 하나하나의 중요성보다 식물-곤충-새-사람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이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식물의 광합성은 지구 생명의 근간이며, 이를 중심으로 모든 생태적 관계가 짜여 있습니다. 만약 이 상호작용이 끊어진다면 전체 생태계가 흐트러지고 결국 인간도 지속가능하지 않게 됩니다.
조류의 소리와 행동 연구는 이러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박 박사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통해 종을 구별하고, 경계음(alarm call)을 분석하여 생태적 스트레스를 파악합니다. 박새의 경우 평소에는 "스핏스핏" 소리를 내지만, 숲 가장자리나 시끄러운 곳에서는 "스피-스피-" 하고 다르게 소리를 냅니다. 백로류가 집단 번식지 근처에서 사람이 다가오면 내는 낮고 무서운 소리도 전형적인 경계음입니다. 이런 소리를 통해 생태계의 건강 상태와 위협 요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도시화는 새들의 분포도 바꾸고 있습니다. 왜가리는 10년 전만 해도 겨울이 되면 동남아시아로 이동했지만, 최근에는 서울 근교에서 월동하는 개체가 늘었습니다. 도시가 따뜻하고 먹이원(물고기)이 풍부해지면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중대백로와 쇠백로 일부도 서울에 남아 있습니다. 이는 기후변화의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시 생태계가 일부 종에게는 새로운 서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참새와 제비 감소는 기후보다 인간 활동의 직접적 영향이 더 큽니다. 박 박사는 중국 후베이에서 관찰한 참새가 노새 똥에서 나오는 딱정벌레를 먹다가, 노새가 사라지고 전기차가 들어서자 국수가락을 먹게 된 사례를 들며, 참새와 제비의 운명이 우리의 생활 습관 변화와 직결됨을 설명합니다. 결국 기후변화만 탓할 것이 아니라, 도시 설계와 생활 방식을 생태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박 박사는 "새들이 살 수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는 동료들의 말을 인용하며, 새들의 변화가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제비가 서울을 모르듯, 새들은 국경이나 행정구역을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시아 전체를 무대로 움직이며, 그들의 분포 변화는 거시적 환경 변화의 지표입니다. 따라서 새들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은 단순한 보호 정책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존 조건을 지키는 일입니다.
미래에 대해 박 박사는 낙천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고 노력해야 지속가능한 미래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누군가가 없어지고 힘든 부분에 대해 읽어낼 줄 안다면, 영속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지만, 새와 곤충과 대화하며 세상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상호작용의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복원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결론: 기억과 관계의 생태학

기후변화는 구상나무를 쇠퇴시키고 활엽수에게 기회를 주지만, 그 변화가 생태계 전체에 긍정적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세먼지 전구물질 논쟁은 조건 의존적이며, 관리 방식으로 조절 가능합니다. 참새와 제비의 소멸은 기후보다 도시화와 생활 습관 변화가 더 큰 원인이며, 이는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과 관계의 생태학입니다. 결국 식물-곤충-새-인간의 상호작용을 복원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핵심입니다. 박찬열 박사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며, 생태적 관계망 안에서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Mr-cUUM7_l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