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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씨식물, 현화식물, 또는 목련식물로 불리는 꽃피는 식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하고 성공적인 식물 분류군입니다. 현재 약 35만 종이 존재하며 전체 식물계의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 기원과 진화 과정은 여전히 식물학계의 중요한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화석 기록과 분자시계 분석 사이에 존재하는 상당한 시간적 간극은 이 수수께끼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꽃피는 식물의 기원

화석과 분자시계가 보여주는 기원의 간극

속씨식물의 기원 시기를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화석 자료와 분자 자료 사이의 불일치입니다. 메가 파실(큰 화석)로 분류되는 잎, 열매 등의 화석 증거는 약 1억 4,500만 년 전 쥐라기 말기에서 백악기 초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카예프루투스와 같은 명확한 열매 화석은 1억 2,500만 년 전 백악기 초기 지층에서 발견되며, 심피 속에 씨앗이 들어있는 구조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리프루투스와 같은 화석은 골돌과 형태의 열매를 가지고 있어 현생 미나리아재비과 식물과 유사한 특징을 나타냅니다. 마이크로파실(꽃가루 화석)은 약 1억 4,500만 년에서 1억 5,600만 년 전까지 발견됩니다.
그러나 분자시계를 이용한 계통수 분석은 전혀 다른 시간대를 제시합니다. 현존하는 속씨식물의 염색체 유전체 2,881종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의 분지는 약 3억 6,000만 년 전에 일어났으며, 현존하는 속씨식물의 공동조상은 약 2억 년 전 삼첩기 말기에서 쥐라기 초기에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화석 증거보다 무려 6,000만 년 이상 앞선 시점입니다. 서큘러 파일로그램(원형 계통수)으로 표현하면, 원의 중심으로 갈수록 오래된 분지점을 나타내며, 엠보렐라목, 수련목, 오미자목으로 구성된 ANA 글레이드가 약 2억 년 전에 가장 먼저 분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됩니다. 첫째, 초기 속씨식물이 화석화되기 어려운 환경에 살았을 가능성입니다. 둘째, 해당 시기의 화석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셋째, 분자시계의 보정 기준과 모델에 따라 연대 추정치가 크게 변동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발견된 화석들은 주로 진정 쌍떡잎식물군 분화 초기나 라논쿨레이스(Ranunculales)와 같은 비교적 후대에 분지된 계통에 속하므로, 더 기저에 위치한 목련군이나 ANA 글레이드의 화석은 여전히 발견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분자시계 분석은 불확실성과 오차 범위를 동반하지만, 현재까지의 증거는 속씨식물이 화석 기록보다 훨씬 이전에 기원했음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줄기계열 식물과 멸종된 조상들의 흔적

속씨식물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줄기계열(stem lineage)에 속하는 멸종된 식물군을 살펴봐야 합니다.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이 3억 6,000만 년 전에 분리된 이후, 현존하는 속씨식물의 공동조상이 등장하는 2억 년 전까지 약 1억 6,000만 년 동안 지구상에는 다양한 줄기계열 식물들이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현대 속씨식물의 직접적인 조상은 아니지만, 속씨식물로 이어지는 진화 경로 상에 있던 식물들입니다.
대표적인 줄기계열 화석으로는 글로소프테리스(Glossopteris), 펜톡실론(Pentoxylon), 베네티탈리스(Bennettitales), 케이토니아(Caytoniales) 등이 있습니다. 이들 식물의 화석을 분석하면 속씨식물의 특징 중 일부는 가지고 있지만, 완전한 속씨식물로 분류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발견됩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주피층의 구조입니다. 겉씨식물은 주피층이 한 층으로 되어 있는 반면, 속씨식물은 내주피와 외주피 두 층으로 구성됩니다. 또한 속씨식물의 핵심 특징인 심피(carpel), 즉 배주가 자방 속에 완전히 싸여 있는 구조가 이들 줄기계열 식물에서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글로소프테리스의 경우 배주에 해당하는 구조의 표피에 여러 부속지들이 달려 있고, 이를 잎이 한 번 더 둘러싸는 형태를 보입니다. 이는 심피와 유사한 구조로 발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두 층의 주피층이 확인되지 않아 완전한 속씨식물의 씨 구조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케이토니아는 더욱 흥미로운데, 완전히 싸인 자방 속에 배주들이 둘러싸인 경우가 발견됩니다. 심지어 꽃가루가 들어가는 주공(micropyle) 구조와 꽃가루관이 길어지는 과정의 흔적도 관찰됩니다. 수술 구조 역시 네 개의 챔버로 구성되어 두 개씩 합쳐져 터지는 현대 속씨식물의 소포 자나 구조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케이토니아 역시 주피층이 한 층으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화석 증거들은 속씨식물의 특징들이 단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줍니다. 줄기계열 식물들은 부분적으로 속씨식물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모든 특징을 동시에 갖춘 식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화석 기록의 불완전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속씨식물 진화의 복잡성을 시사합니다. 결국 내주피와 외주피가 모두 발달하고 완전한 심피 구조를 갖춘 식물이 등장한 것이 현생 속씨식물로 이어졌을 것이며, 그 결정적 순간의 화석은 아직 우리 손에 없다는 것입니다.

꽃과 열매 진화의 핵심 메커니즘

속씨식물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꽃(花)과 열매(果實)라는 두 가지 혁신적 기관입니다. 이들의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은 속씨식물 기원 연구의 핵심입니다. 먼저 열매의 진화를 살펴보면, 속씨식물은 배주가 자방(ovary) 속에 싸여 있어 수정 후 자방벽이 발달하여 열매를 형성합니다. 이는 겉씨식물의 배주가 노출되어 있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씨방(carpel)이 발달하여 열매(fruit)가 되는 과정에서 씨(seed)는 씨방 내부에 보호됩니다. 해바라기의 경우 우리가 먹는 부분이 사실 열매이며, 콩의 경우 콩깍지는 열매이고 콩알맹이가 씨입니다.
열매 진화에 대한 가설 중 하나는 글로소프테리스의 구조에서 출발합니다. 배주 표면의 부속지들이 융합하여 외주피로 발달하고, 이를 둘러싼 잎 구조가 심피로 진화했을 가능성입니다. 다른 가설은 케이토니아의 완전히 싸여진 구조가 직접적인 조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두 가설 모두 주피층의 이중화와 심피의 완전한 발달을 동시에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꽃의 진화는 더욱 복잡합니다. 베네티탈리스(Bennettitales)에 속하는 베네타이탈리아(Bennettitalia) 화석은 꽃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외부에는 화피(花被)와 같은 꽃잎과 꽃받침 유사 구조가 있고, 내부에는 수술들이 배열되어 있으며, 중심축 주변에는 암술에 해당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속씨식물의 암술과 달리, 베네티탈리스의 중심 구조는 축을 따라 많은 배주가 달려 있고 그 사이에 많은 인편(scale)들이 존재하는 형태입니다. 이는 완전한 심피 구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수술의 진화 역시 흥미롭습니다. 현대 속씨식물의 수술은 네 개의 챔버(소포자낭, microsporangia)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개씩 합쳐져 약(葯, anther)의 두 테카(theca)를 형성합니다. 케이토니아의 화석에서 이미 이러한 네 개의 마이크로스포랑 지아를 가진 구조가 발견되는데, 이는 속씨식물 수술 구조의 전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케이토니아에서는 꽃가루가 들어가고 나가는 주공 구조와 꽃가루관(pollen tube)이 길어지는 메커니즘의 흔적도 관찰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열매의 구조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화석군(케이토니아)과 꽃의 구조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화석군(베네티탈리스)이 서로 다른 식물군이라는 점입니다. 즉, 완전한 꽃과 완전한 열매를 동시에 가진 화석이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한계는 화석 기록만으로는 속씨식물의 기원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꽃과 열매의 진화는 단일 조상 식물에서 한 번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여러 계통에서 부분적으로 발달한 특징들이 최종적으로 통합되면서 완성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속씨식물의 기원은 여전히 진행 중인 연구 주제입니다. 화석 증거와 분자시계 사이의 6,000만 년 간극, 줄기계열 식물들의 불완전한 특징들, 그리고 꽃과 열매 진화의 독립적 경로는 모두 이 문제의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과학적 접근의 핵심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화석의 발견과 더 정교한 분자생물학적 분석이 이루어진다면, 속씨식물 기원의 수수께끼는 점차 풀릴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여러 증거의 누적을 통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9y_nSZxwc5g/
김기중 교수, Abe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