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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회색빛 아스팔트 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가로수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자연입니다. 매연과 소음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고, 시원한 그늘과 깨끗한 공기를 선물하는 가로수의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단순한 조경물이 아닌, 도시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가로수가 지닌 다층적 의미와 그들이 직면한 현실을 살펴봅니다.

 

도시의 가로수

가로수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환경적 가치

도로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오염 물질들을 차단해서 대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가로수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벚나무, 양버즘나무, 은행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등 우리나라 대표 가로수들은 맑은 날 약 250평방미터의 잎 면적을 기준으로 성인 한 명에서 네 명 정도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하루당 성인 한 명에서 세 명 정도가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복층 가로수 조성은 환경 개선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복층 가로수란 느티나무나 은행나무 등 키 높은 교목을 심고 그 아래에는 사철나무나 명자꽃 같은 관목을 식재해 이중 울타리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단층 가로수의 경우 공기가 그대로 통과하여 미세먼지 저감이나 소음 저감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복층 구조에서는 직선으로 파동 운동하는 소음 입자가 다공질 공간에 갇히면서 소음이 약 18% 정도 감소하는 효과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전국의 가로수는 2016년 기준 약 735만 그루에 달하지만, 예산 부족과 관리 인력 한계로 인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복층 가로수가 모든 지역에서 효과적인지에 대한 추가 검증도 필요합니다. 또한 종전에는 콘크리트로 덮여 있던 공간에 관목층을 조성하는 것은 좋지만, 도심 환경의 열악함을 고려할 때 유지관리가 관건입니다. 가로수를 단층보다는 복층으로, 생육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가로수 수종의 다양화와 역사적 변천

조선왕조실록 단종 1년 5월 10일 기사에는 '열수(列樹)'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줄을 지어 선 나무를 뜻하는 이 옛말은 가로수의 역사가 조선시대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세종 23년 기록에서도 가로수가 이정표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와 의왕시 사이 지지대 고갯길에 서 있는 소나무 가로수 일부는 정조 임금이 직접 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초기에는 느티나무, 회화나무 같은 상징성 있는 나무들이 심어졌습니다. 이들은 관직이나 장수를 상징했습니다. 1800년대 후반에는 백양나무, 포플러 같이 물을 많이 흡수하는 나무들이 하천변을 중심으로 식재되었고, 능수버들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능수버들은 봄철 종자의 털이 알레르기와 눈병을 유발해 점차 외면받게 되었습니다.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노랗게 물들어 도시에 낭만을 선사하고, 공해에 강하며 병충해 걱정이 없어 한때 가장 선호되는 가로수였습니다. 하지만 열매의 악취와 민원 증가로 식재가 줄어들었습니다. 벚나무 종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식재되는 수종으로, 꽃피는 기간이 길고 아름다워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배롱나무는 백일홍이라 불릴 만큼 꽃피는 기간이 100여 일로 길어 여름 가로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가 서울시 전체 가로수 양의 80%를 차지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수종 다양화가 일어나 벚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단풍나무, 중국단풍나무, 메타세콰이어 등으로 확대되었습니다. 2016년 새로 조성된 가로수 중 무궁화나무는 약 13%, 왕벚나무는 약 11%, 이팝나무는 약 8%를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화는 도시별 특색을 살리는 동시에 생태적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다만 무분별한 수종 선택은 오히려 관리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지역 기후와 토양 특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로수 관리의 현실과 나무 이사의 역할

가로수는 심는 것보다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실제로 봄맞이 가지치기 작업 현장을 보면, 사다리차가 동원되고 전기톱을 이용한 높은 곳 작업이 한창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하루 작업으로 나오는 가지가 약 70kg에 달하고, 한 달이면 무려 4톤이 넘는 양이 나온다고 합니다. 가지치기는 나무의 성장 방향을 살펴 위로만 뻗은 가지들을 제거하고, 햇볕과 바람길을 확보해 건강한 생육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가지치기는 나무를 병들게 합니다. 나무 의사인 우종영 씨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의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전선줄 때문에 한쪽만 가지치기를 하면 비대칭이 되고, 무리하게 자르면 빗자루 모양으로 변형되어 품위를 잃게 됩니다. 안쪽 가지를 자르면 바깥쪽만 남아 결국 불균형한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비용 절감을 위해 품을 덜 들인 결과입니다.
도시 가로수의 생존 환경은 열악합니다. 봄철 가뭄과 여름철 폭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황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엽록소 부족으로 잎이 누렇게 변하는 이 증상은 질소, 철, 아연, 망간 등의 성분 결핍으로 발생하며, 심하면 말라죽습니다. 임시방편으로 물주머니를 달거나 살수차를 동원하지만, 전국의 수많은 가로수를 일일이 관리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시는 점적 관수 시스템을 도입해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했습니다. 땅속에 빗물 저장통을 설치하고, 1차·2차 필터로 오염물질을 걸러낸 빗물을 심지를 통해 나무 뿌리로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최대 90리터까지 저장 가능하며, 토양 습도에 따라 10일간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합니다. 이 시스템 도입 후 신규 식재 나무의 고사율이 현저히 낮아졌고, 뿌리가 지상으로 올라오지 않아 보도블록이 들리는 문제도 해결되었습니다.
나무 의사의 역할도 중요해졌습니다. 사람의 질병을 의사가, 동물의 병을 수의사가 담당하듯, 나무의 병해충과 피해는 나무 의사가 진단하고 치료합니다. 서울대학교 수목진단센터 같은 나무병원에서는 소량의 나뭇잎이나 나무껍질만으로도 병을 진단합니다. 망치로 나무를 두드려 소리를 듣고 내부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도 활용됩니다. 속이 썩었는지, 공동이 생겼는지를 소리만으로 판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가로수가 여전히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습니다.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버려지고, 상처 난 곳에 오히려 쓰레기가 꽂혀 있는 모습도 흔합니다. 우종영 씨는 "나무도 살아있는 생명체이므로 가로수 보호법을 만들어 제2의 시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가로수에 대한 존중이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혜택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도시에서 가장 가까운 자연인 가로수는 단순한 조경물이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좌우하는 생명선입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산소를 공급하며,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가로수의 가치를 이제는 제대로 인식해야 합니다. 인간 편의만을 앞세운 무분별한 가지치기와 무관심은 분명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과 함께, 가로수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대하는 시민 의식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YXCVLclimY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