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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종자식물이 출현한 시기는 약 3억 6천만 년 전 데본기 후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시기는 육상식물이 포자 번식에서 종자 번식으로 전환하는 결정적 순간이었으며, 화석 자료와 분자생물학적 증거가 비교적 잘 들어맞는 진화 사건입니다. 종자식물은 크게 거시식물과 속씨식물로 분기되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보는 소나무, 은행나무, 소철 등은 모두 이 거대한 진화적 전환의 결과물입니다.

화석 기록이 보여주는 종자식물의 기원
종자식물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육상식물의 정착과 관다발 발달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실루리아기에 등장한 리니아와 쿡소니아 같은 초기 관다발 식물들은 물질 수송을 위한 관다발을 발달시켰고, 이들의 후손인 석송식물류는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습니다. 이후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진정엽이 발달했으며, 데본기 중기부터는 양치식물들이 다양하게 분화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진정포자 양치류가 주를 이뤘고, 이후 방막포자 양치류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종자식물이 출현하기 전, 중요한 혁신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바로 이차생장을 할 수 있는 목재식물의 등장입니다. 형성층을 중심으로 바깥쪽으로는 이차 사부가, 안쪽으로는 이차 목부가 만들어지면서 나이테를 형성하는 이러한 식물을 우리는 원나자식물(프로짐노스펌)이라고 부릅니다. 원나자식물은 형태적으로 목재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번식 방식은 여전히 포자를 사용했습니다. 즉, 양치류의 일종이면서도 이차생장을 하는 목재가 발달된 독특한 식물군이었던 것입니다.
원나자식물은 대본기 중기부터 페름기 후기까지 존재했으며 현재는 모두 멸종했습니다. 초기에는 동형포자를 가졌으나, 데본기 중기부터 이형포자를 갖는 원나자식물이 출현했고, 이들 중 일부가 종자식물로 발달했습니다. 종자가 발달하려면 대포자는 종자가 되어야 하고 소포자는 꽃가루로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이형포자 단계는 필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이 시기의 초기 종자식물들은 형태적으로 현재의 거시식물과 완전히 비슷하지 않고 오히려 고사리 종류와 유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종자고사리류라고 부릅니다. 알카오프트리스 같은 프로짐노스펌 화석을 보면 약 3억 8천만 년 전 데본기 후기 지층에서 발견되는데, 잎의 형태나 엽맥이 고사리와 비슷하지만 목재가 잘 발달되어 있고 이형포자낭이 발달했으며 여기서 종자가 발견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종자고사리는 엘킨시아로, 약 3억 6천만 년 전의 화석입니다. 데본기 상부 지층에서 발견되는 이 화석은 종자를 감싸고 있는 큐폴 조직과 그 안의 오뷸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캘리코스퍼마 같은 유사한 화석들도 다수 발견되었으며, 약 3억 2천만 년 전 석탄기 후기 지층에서는 완전한 종자 화석이 돌에 박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화석 증거들은 목재식물에서 원나자식물로, 다시 종자고사리류를 거쳐 현생 거시식물로 이어지는 진화 경로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화석 계통수를 보면 노란색으로 표시된 원나자식물 중 일부에서 이형포자군이 만들어지고, 그중에서 대포자가 하나로 축소되면서 종자식물이 탄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엘킨시아를 중심으로 메둘로살리스, 로기노프테리스 같은 종자고사리류들이 발전했고, 이들로부터 현존하는 거시식물 계열이 분화했습니다. 콜다이탈리스는 볼치알리스를 통해 현재 소나무강으로 발전했고, 그와 같은 계열에서 마황식물강이 분화되었습니다. 또한 후기 종자고사리인 리기노프테리스로부터는 은행식물강과 소철식물강이 분화 발전했습니다. 소철과 은행은 단계통으로 묶이고, 소나무식물과 마황식물도 단계통군으로 묶이는 것이 일반적인 계통수의 결과입니다.
목재 발달과 이차생장의 혁신
목재식물의 등장은 종자식물 진화에서 첫 번째 중요한 혁신이었습니다. 리그닌이 많이 침착되어 만들어지는 목재식물을 리그노파이트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형성층을 중심으로 이차생장을 하면서 바깥쪽으로 이차 사부가, 안쪽으로 이차 목부가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소나무를 잘라서 보는 나이테가 바로 이러한 이차 목부가 매년 축적된 결과입니다. 이차 사부는 바깥쪽으로 크러시되어 그렇게 크게 늘어나지 않지만, 형성층을 중심으로 양방향으로 조직이 신장 생장하는 이러한 특성은 식물 진화에서 획기적인 변화였습니다.
이러한 이차생장은 진정 중심주에서 출발합니다. 산재 중심주나 빅티오스테일 같은 양치식물의 중심주 구조에서는 이러한 이차생장이 불가능했습니다. 형성층이 형성되고 목재가 신장되는 것과 동시에, 나무 껍질을 이차생장할 수 있도록 코르크 형성층도 바깥쪽에 이차생장층으로 발달했습니다. 이러한 목재의 발달 과정 전체를 우리는 목재 혁신이라고 부릅니다.
목재가 발달하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좋아지고, 단단한 보호 조직이 생기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특성을 갖게 됩니다. 또한 물관과 체관의 분화도 점점 더 진행되어 물관 조직이 파이버세프와 가도관으로 분화되고, 플로엠 셀들도 더욱 분화되는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재식물은 단순히 구조적 지지력을 얻은 것이 아니라, 물질 수송 효율성과 환경 저항성에서도 큰 이점을 확보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혁신들이 단선적이고 필연적인 '진보'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목재 발달, 종자 형성, 수분 메커니즘의 등장은 분명 중요한 전환점이었지만, 실제 진화 과정은 실패한 계통, 우연적 사건, 다양한 제약들이 복합적으로 누적된 결과입니다. 화석 기록을 보면 목재 혁신이 먼저 일어났고, 그다음 이형포자가 진화했으며, 그중에서 종자가 진화하고, 종자 진화와 병행하여 수분 메커니즘도 발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짧은 시간에 일어난 단일 사건이 아니라, 수천만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축적된 변화의 결과였습니다.
목재 발달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더 큰 체구를 지탱할 수 있고, 더 많은 물과 영양분을 수송할 수 있으며, 환경 스트레스에 더 잘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환경에서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목재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특정 환경에서는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본기의 환경 조건에서는 목재식물이 생태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이것이 이후 종자식물 진화의 토대가 되었던 것입니다.
수분 메커니즘과 종자의 적응적 이점
종자식물의 수분 과정은 양치식물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양치식물은 수정할 때 정자가 물을 타고 수영해서 난세포로 들어가지만, 종자식물은 완전히 다른 수분 메커니즘을 발달시켰습니다. 초기 종자식물들은 곤충이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않았던 시기에 등장했기 때문에, 대부분 풍매화를 통해 바람의 힘으로 수분을 했습니다.
현생 거시식물인 은행나무를 예로 들면, 암구화에서 암화수가 발달할 때 매우 독특한 수분 메커니즘을 볼 수 있습니다. 4월 중순경 은행나무 잎이 나올 때 단지 쪽에 암화수가 발달하는데, 하나의 암화수에는 보통 두 개의 오뷸(배주)이 있습니다. 이 배 주는 물방울을 만들어 분비하는데, 이 물방울은 주피층이 아니라 아래 있는 대포자낭에서 만들어져 바깥쪽으로 분비됩니다. 바깥에서 보면 주공 위에 물방울이 둥그랗게 맺혀 있게 됩니다.
수꽃가루로부터 날아온 꽃가루가 바람에 날아가다가 이 물방울에 닿으면 끈적끈적한 액체 때문에 잘 붙습니다. 2012년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자기 종의 꽃가루가 이 폴리네이션 드롭(수분 물방울)에 붙으면 보통 24시간 이내에 물방울이 빠르게 없어집니다. 이는 증발과 내부 흡수가 함께 일어나는 과정으로, 이 힘에 의해 꽃가루가 주공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반면 자기 꽃가루가 달라붙지 않으면 이 물방울은 거의 100시간에 걸쳐 천천히 증발로만 없어집니다. 즉, 수분 물방울이 수분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메커니즘인 것입니다.
종자의 구조를 살펴보면, 대포자낭 안에 하나의 대포자만 발달하는 내생포자 형태를 띱니다. 여기서 암배우체가 발달하고 장난기가 만들어지며, 대포자낭을 둘러싸는 주피층이 형성됩니다. 이 주피층은 주변 텔롬(줄기나 잎)이 변형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보호 조직 역할을 합니다. 주피층 사이에는 꽃가루가 들어올 수 있는 주공이라는 간극이 있습니다. 성숙한 배주를 보면 암배우체에서 감수분열이 일어나고 프리뉴클리어스 스테이지를 거쳐 장난기를 만들고, 장난기 안에서 장란을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종자의 가장 큰 장점은 포자에 비해 훨씬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저항성입니다. 건조하면 휴면 상태로 휴기를 거치고,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발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물은 서식지를 넓히려는 특성이 있는데, 종자를 통해 보다 더 원거리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다른 생물 종들에 비해 경쟁력이 좋아집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https://www.youtube.com/watch?v=Hj7BVOAbOcM
식물의 진화 3부 김기중 교수, Abelia
